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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문법 감각 (형용사 구분, 비동사 활용, 한국어 출발)

by englishteacher 2026. 5. 25.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꽤 오랫동안 "문법 설명만 제대로 하면 아이들이 영어를 잘 쓰겠지"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수년간 초등 영어를 가르치면서 그 믿음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문법 규칙을 외운 아이도, 단어 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아이도, 막상 "배고파를 영어로 말해봐"라고 하면 입이 굳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았거든요. 이 글은 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제가 깨달은 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형용사 구분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크다", "슬프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이게 형용사인지 동사인지 헷갈렸던 경험 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한국어 문법에서 "는다"가 붙으면 동사라는 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이들 입장에서 보니 이게 얼마나 혼란스러운 출발점인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어에서 형용사와 동사를 구분하는 데는 꽤 간단한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어미 테스트입니다. 어미 테스트란 해당 단어에 "는다"를 붙여보거나, 명령어 형태로 바꿔보는 방법입니다. "아프다"에 "는다"를 붙이면 "아픈다"가 되는데, 이는 자연스럽지 않죠. 그래서 형용사입니다. 반면 "달리다"는 "달린다"가 되어 자연스럽습니다. 동사입니다. "아파라", "슬퍼라" 같은 명령어도 어색하니 역시 형용사입니다.

 

왜 이 구분이 영어에서 중요하냐면, 한국어에서 형용사로 끝나는 문장은 영어에서 반드시 be동사(비동사)를 앞에 붙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비동사란 be동사, 즉 am, are, is, was, were처럼 주어의 상태를 나타낼 때 쓰는 동사를 말합니다. "배고파" → 형용사 → I am hungry, "무서워" → 형용사 → I was scared. 이 흐름이 자리를 잡으면, 아이들이 "I am eat" 같은 오류를 거의 만들지 않게 됩니다.

 

제가 직접 수업에서 써봤는데, 이 단순한 구분 하나로 아이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졸려", "슬퍼", "이상해" 같은 감정 표현을 다룰 때 "지금 네 기분이 어때? 상태야, 아니면 뭔가 하는 거야?"라고 물으면 아이들이 스스로 "상태요!"라고 답하면서 be동사를 자연스럽게 고릅니다. 문법 용어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방식입니다.

 

형용사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는다"를 붙여서 어색하면 형용사 (예: 아픈다 → 어색 → 형용사)
  • 명령어로 바꿔서 어색하면 형용사 (예: "아파라" → 어색 → 형용사)
  • 형용사로 확인되면 영어 문장에서 be동사(비동사)를 앞에 배치

비동사 활용, 상태냐 액션이냐로 나눠라

그럼 비동사를 언제 쓰고 일반 동사를 언제 쓰는지가 다음 문제로 떠오릅니다. 이걸 구분하지 못하면 "I am go to school"이나 "She is run every day" 같은 오류가 계속 반복됩니다. 제가 수업 현장에서 수없이 봐온 바로 그 오류들입니다.

 

핵심 기준은 상태냐, 액션이냐입니다. 여기서 상태(State)란 특정 조건이나 감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뜻하고, 액션(Action)이란 움직임이나 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몸이 아파서 약국을 갔어"라는 문장에서, "아파"는 상태이므로 비동사가 필요하고(I was sick), "갔어"는 액션이므로 일반 동사가 필요합니다(went to the pharmacy). 두 가지가 한 문장 안에 섞여 있는 겁니다.

 

분사(Participle) 문제도 여기서 해결됩니다. 분사란 동사에서 파생되어 형용사처럼 쓰이는 어형을 말합니다. "지루하다"는 형용사이고, 영어에서는 비동사 뒤에 분사 형태가 붙습니다. 그런데 "-ed"가 올지 "-ing"가 올지가 늘 혼란스럽죠. 이를 구분하는 가장 직관적인 기준은 "만드는 쪽이냐, 느끼는 쪽이냐"입니다. 내가 그 감정을 느끼면 "-ed", 그 감정을 만들어내는 주체면 "-ing"입니다. "I am bored"는 내가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고, "This book is boring"은 책이 지루함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 "만드는 쪽 vs. 느끼는 쪽" 프레임을 알려주고 나면, 아이들이 interested와 interesting을 헷갈리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단순히 "사람이면 -ed, 사물이면 -ing"라고 외우게 하는 방식보다 훨씬 오래 기억하고, 새로운 단어에도 스스로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감각으로 익히는 것과 규칙으로 외우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영어 교육 연구에서도, 문법 규칙 암기 위주의 학습보다 문장 구조에 대한 이해 중심 학습이 영어 산출 능력, 즉 실제로 말하고 쓰는 능력에서 더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어에서 출발하는 영작 훈련이 왜 효과적인가

"미드 보면서 섀도잉하면 영어 늘지 않을까요?" 이 질문을 부모님들께 정말 자주 받습니다. 섀도잉(Shadowing)이란 원어민의 말을 듣고 그 즉시 따라 말하는 모방 훈련 방법입니다. 발음과 억양 감각을 기르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섀도잉만으로 발화 능력, 즉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 말하는 능력이 길러지기는 어렵습니다.

 

섀도잉이나 미드 노출은 인풋(Input), 즉 영어를 듣고 받아들이는 능력에는 기여하지만, 아웃풋(Output) 즉 영어를 스스로 생성하는 능력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습자는 한국어로 생각한 것을 영어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수인데, 미드 섀도잉은 이 변환 훈련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효과적인 방법은 한국어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익숙한 한국 드라마를 한국어 자막으로 보다가, 일상적으로 쓸 법한 대사가 나오면 잠시 멈추고 "이걸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를 먼저 스스로 생각해본 뒤 영어 자막으로 답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수업에서 이 방식을 응용해 본 결과,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낸 표현은 몇 주가 지나도 기억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반면 교재에서 제공한 표현을 그냥 외운 경우는 다음 수업 때 이미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2언어 습득(SLA, Second Language Acquisition) 이론에서도 학습자의 능동적 산출 활동, 즉 아웃풋 생성이 언어 내재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여기서 SLA란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언어학의 한 분야로, 스웨인(Swain)의 출력 가설이 대표적입니다. 입력만 받는 수동적 학습보다, 직접 문장을 만들어보는 시도가 언어 구조를 뇌에 더 깊이 새겨준다는 뜻입니다(출처: Cambridge English).

 

한국어 문장의 끝을 먼저 보는 전략도 바로 이 원리와 연결됩니다. 한국어 문장은 끝에 나오는 표현이 형용사인지 동사인지에 따라 영어 구조 전체가 달라집니다. "따뜻해" → 형용사 → 비동사 + warm, "뛰어" → 동사 → run 등 일반 동사. 이 판단을 먼저 하고 영작을 시작하면, 최소한 "I am run" 같은 치명적인 구조 오류는 피할 수 있습니다.

 

한 학생이 드라마를 보다가 "큰일 날 뻔했네"라는 대사에서 스스로 "That was close"를 찾아온 적이 있는데, 그 아이는 그 후로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 표현을 자연스럽게 써냈습니다. 직접 생성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장 오래 남는 영어는 규칙을 외운 영어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만들어본 영어입니다. 형용사와 동사를 구분하는 감각, 비동사와 일반 동사를 나누는 시각, 그리고 한국어를 출발점으로 삼아 능동적으로 변환해보는 훈련.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영어 문법은 규칙집이 아니라 실제로 쓰이는 도구가 됩니다. 지금 아이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이 단어 암기량인지, 아니면 이 구조 감각인지 한번 점검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ifvOEPdV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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