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어 싫어하는 중학생 (싫어하는 이유, 독해 시기, 주어-동사부터)

by englishteacher 2026. 3. 3.

중학생 학습 상담을 하다 보면 "영어가 제일 싫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수학은 '두렵다'고 표현하는데, 영어는 '싫다', '지겹다'는 감정적 거부감이 먼저 나옵니다. 저도 학원에서 수년간 중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이 현상을 계속 목격했는데, 파고들어보면 결국 영어도 수학만큼이나 두려움의 영역이더군요. 단어 암기와 문법이 '생암기 과목'으로 굳어지면서, 아이들은 영어를 언어가 아닌 괴로운 숙제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장 오래 투자했는데 왜 제일 싫을까

일반적으로 영어는 초등학교 저학년, 심지어 영어유치원 때부터 시작해서 가장 오랜 시간 학습하는 과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주변 학부모들도 영어만큼은 일찍부터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학교에 올라가면 영어를 가장 싫어하는 비율이 급증합니다.

 

여기서 '학습 전환 시기'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습 전환 시기란 놀이·노출 중심의 언어 습득 단계에서 문법·시험 중심의 학습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영어를 '쓰고 듣는' 단계에서 '분석하고 외우는' 단계로 바뀌는 순간이죠. 대부분 초등학교 5~6학년 때 이 전환이 일어나는데, 이때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바로 문법 폭탄과 단어 폭탄입니다.

 

실제로 제가 상담했던 한 학생은 초등 저학년 때까지 영어를 즐겁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등 5학년 때 학원에서 "중학교 대비"라는 명목으로 하루에 80~100개씩 단어를 외우게 하고, 다 외울 때까지 집에 못 가게 했다고 하더군요. 이때부터 영어는 '외워야만 하는 것', '시켜서 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영어를 잘 표현하기 위해"가 아니라 "외워야 하니까 외우는" 경험이 쌓이면서 정서가 완전히 망가진 거죠.

 

교육부의 2023년 영어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생의 약 42%가 영어를 '부담스러운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교육부). 이는 단순히 난이도 문제가 아니라, 학습 방식의 급격한 전환이 아이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법 따로 단어 따로, 독해는 언제 하나

일반적으로 중학교 영어 학원에서는 문법·단어·독해를 분리해서 가르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방식이야말로 아이들이 영어를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문법은 문법대로, 단어는 단어대로 따로 공부하다 보니 정작 '글을 읽고 이해하는 연습'은 턱없이 부족해집니다.

 

중학교 교과 영어의 기본 구조는 '단원별 문법 숙지'입니다. 1단원에서 현재완료와 관계대명사를 배우면, 2단원에서는 가정법과 분사구문이 새로 나옵니다. 계속 새롭고 어려운 규칙이 쏟아지는 거죠. 한 번 놓치면 그 뒤로는 계속 따라잡기 힘들어지고, 결국 "영어=끝없는 새 규칙"이라는 인식이 박힙니다.

 

여기서 '통합적 언어 학습(Integrated Language Learning)'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통합적 언어 학습이란 듣기·말하기·읽기·쓰기, 그리고 문법·어휘를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하나의 맥락 안에서 함께 익히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문법 규칙을 배우면 바로 그 규칙이 들어간 문장을 읽고, 말하고, 써보는 거죠.

 

저는 학원에서 영어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이 패턴을 발견합니다. 문법책을 계속 강의 듣고 문제를 풀지만, 정작 독해 지문을 주면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합니다. 심지어 한 학생은 한글로 해석까지 다 해놓고도 "이게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어보더군요. 문법 구조는 분석했지만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2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학생의 영어 독해 능력은 어휘력과 문법 지식보다 '통합적 맥락 이해 능력'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합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즉, 문법과 단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그것을 실제 글 속에서 연결하는 연습이 없으면 독해 실력은 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제가 지도했던 한 학생은 단어를 눈으로만 외워서, 'complement'와 'competent' 같은 비슷한 철자의 단어 뜻이 계속 섞이더군요. 발음을 하면서 외운 적이 없으니 소리로 구분이 안 되는 겁니다. 단어 암기는 시각·청각·발음을 모두 활용해야 효과적인데, 눈으로만 외우면 결국 독해에서 무너집니다.

 

정리하면 핵심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문법은 규칙일 뿐인데, 규칙만 계속 배우고 적용 연습은 부족합니다
  • 단어는 발음 없이 눈으로만 외워서, 비슷한 형태끼리 뜻이 섞입니다
  • 독해는 문법·단어 공부가 끝난 뒤에야 시작하는데, 이미 아이는 지쳐 있습니다

주어-동사 골격부터, 두려움을 깨는 첫걸음

일반적으로 영어를 못한다고 하면 문법을 더 공부하거나 단어를 더 외우라고 조언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확히 반대 방향입니다. 영어를 포기한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즉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입니다.

 

어제 상담했던 한 학생은 "영어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더군요. 단어도 다 외웠고 문법도 배웠는데, 막상 지문 앞에서는 시작을 못 하는 겁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단 주어-동사까지만 딱 해석하고 멈춰. 뒷부분은 단어 조합으로 네가 평소에 쓰는 말로 표현해 봐."

 

2~30분 정도 같이 연습하니까, 같은 지문을 스스로 해석하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엔 겁먹어서 손도 못 댔던 아이가, 주어-동사 골격만 잡아주니 "아, 이 정도는 할 수 있구나" 싶었던 거죠. 물론 완벽한 해석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작'입니다. 정확도는 나중에 다듬어도 됩니다.

 

여기서 '스캐폴딩(Scaffolding)' 개념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스캐폴딩이란 학습자가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과제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지원을 제공하는 교수 전략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아이가 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도와주고 나머지는 스스로 채우게 하는 거죠. "주어-동사만 해석해"라는 지시가 바로 이 스캐폴딩입니다.

 

반대로 최악의 경우도 봤습니다. 문법도 잘하고 단어도 많이 알고, 한글로 해석도 다 해놓고서 "이게 무슨 말이에요?"라고 묻는 학생들입니다. 이때부터는 영어 문제가 아니라 국어 독해력, 즉 언어 영역 전체의 문제가 됩니다. 영어를 '형식'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글의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겁니다.

 

정리하면 영어 학습의 방향은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 문법은 독해 문장 안에서 적용하며 익힙니다
  • 단어는 발음과 함께, 문맥 속에서 유추하며 외웁니다
  • 독해는 처음부터 함께 시작하되, 수준에 맞게 조절합니다

저는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영어는 언어야. 언어는 규칙을 알아서가 아니라, 써먹어봐야 늘어." 문법과 단어를 따로 떼어놓고 공부하는 방식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영어가 싫어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학원이나 테스트가 아니라, 언어로서의 영어를 다시 경험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중학교 이후에는 시간적·정서적 여유가 줄어들기 때문에, 한 번 싫어진 영어를 회복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등~중등 전환기에 '분리된 학습'을 '통합된 학습'으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학습 방식이 잘못된 겁니다. 방향만 바꾸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E3nSyAbS54